오늘은 저와 20년을 함께 했던 강아지를 안락사 한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많이 그리워했지만 이제는 놓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희 강아지 안락사 후기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아지 안락사 후기

    안락사 30일 전

    어느덧 20번째 생일을 맞은 우리 말티즈 엄지의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도 좋지 않았던 두 눈에선 피고름이 마르지 않기 시작했고, 더 이상 네 다리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습니다. 집안 사정상 아무도 없이 낮시간 동안을 온전히 혼자 보내야 하는 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밥은 잘 먹고 있으니, 매번 그래 왔듯이 "이러다가 다시 건강하게 일어나겠지"라고 생각하며, 한 주를 더 보냈습니다.

    안락사 3주 전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엄지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였고, 급기야 먹는 것 까지 거부하며, 하루 종일 앓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회사에 일주일 연차를 제출하고 바로 집으로 다시 달려와, 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진단 결과, 현재 눈이 너무 좋지 않아서 신경이 마비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눈이 흐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응급조치 후,  일주일 치 약을 받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엄지를 안고 울면서, 진료를 기다렸던 1시간이 인생에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에 기다리는 강아지들도 분명 많이 아플 텐데. 왜 이렇게 야속한지 모르겠습니다.

    안락사 2주 전

    엄지가 조금씩 생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을 잘 먹지 않아, 같은 말티즈들에 비해 몸무게도 절반밖에 안 나가는 녀석인데 밥도 잘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살아났구나. 우리는 아직 더 함께 할 수 있구나. 불과 2주 전만 해도 이별을 준비하던 저의 마음은 다시 편안해졌습니다. 엄지야 기운 차려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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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락사 1주 전

    엄지는 더이상 걸을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 가야 할 날이 아직 하루 남았는데. 그때까지 엄지는 버티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연차를 쓰고 예약 날짜보다 하루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10년 동안 엄지를 봐오셨던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늘 긍정적인 말씀만 해주셨지만, 처음으로 "이제는 어려울 것 같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실 몇 주 전 엄지를 병원에 데리고 왔을 때부터 이미 가망이 없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주셨습니다. 선택은 보호자의 몫이지만, 보내줄 시간을 억지로 연장시킬수록 엄지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거라고 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안락사 하루 전

    지난 일주일 간, 너무나도 마른 우리 엄지를 담요에 꼭 안고, 추억이 담긴 장소를 함께 걸었습니다. 이제야 제법 가루약 먹이는 법도, 안약 넣는 법도 익숙해진 것 같은데. 이젠 녀석도 지쳤음을, 이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함께 있는 일분 일초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주어야 하나. 나에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안락사 당일

    선생님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엄지를 담요에 안고 저녁 7시쯤 병원에 방문하였습니다. 안락사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미리 예약한 화장장을 알려드렸습니다. 안락사 수술 준비가 끝나고, 저와의 이별을 알고 있다는 듯 잠을 자는 것 처럼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힘겹게 두 다리를 움직여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엄지의 마지막 가는 길 주인의 슬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쁘게 웃으면서 보내주었습니다. 다음 생에는 내 아들로 다시 만나자는 기약과 함께.

    안락사 후기

    안락사 수술에 들어간 선생님이 채 1분도 되지 않아 수술실을 나오셨습니다. 벌써 수술이 끝났냐고 물으니, 수술대에 눕히는 순간 이미 심장이 멈췄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엄지가 마지막까지 힘을 내줬으며, 자기 스스로 운명을 결정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안락사 비용은 받지 않으셨고, 하루동안 엄지의 시신을 보관한 뒤 화장장에 인계해주는 것까지 해주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병원을 나오는 길, 혼자 걷는 길이 조금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엄지랑 가까운 곳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직 온전히 하늘로 가지 않았을 테니 슬퍼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면 떠나는 엄지의 마음도 아플 것 같았습니다. 30분 정도 운전해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3시간 동안 제 인생에서 가장 서럽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지야 미안해", "미안해" 세 시간 동안 단 두 마디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는 게 무서웠습니다. 이제는 녀석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있는 녀석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지하에서 슬퍼한 내 모습을 녀석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엄지는 이제 더 이상 제 곁에 없습니다. 

     

     

    오늘은 저희 강아지 '엄지'의 안락사 후기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안락사를 마음먹었던 입장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안락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죄책감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의 욕심으로 인해 오랫동안 어려운 치료를 받으면서 연명해왔던 미안하였고 더 빨리 보내주지 못한게 미안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집에서 강아지의 임종을 함께 지켜볼 수 있는 가정이라면, 안락사보다는 자연사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24시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가정의 경우, 강아지의 임종을 지킬 수 없다면 안락사를 시켜주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엄지처럼 그냥 두면 말 못 하는 강아지가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명히 판단하셔서, 결정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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